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추리소설의 융성을 꿈꿨던 계간
『추리문학』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출판계와 언론은 1980년대의 추리문학 붐을 1970년대 산업화의 여파로 인한 것으로 풀이했다. 1970년대 지식산업과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지적 게임을 즐기기 위해 추리소설을 찾는 독자들이 점차 늘어난 것으로 해석됐다. 에드가 앨런 포, 아서 코난 도일, 체스터 턴이 지은 고전이 많이 읽히는가 하면 『오페라의 유령』의 작가 프레드릭 포사이드,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선보인 모리무라 세이치,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들, 그리고 산업 미스테리와 에로틱한 요소를 결합한 기업추리물들이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김성종, 이경재, 정건섭, 김남, 현석을 포함한 여러 작가가 활동했다. 그중 김성종 작가는 국내에 하드보일드를 선보이고 1970~80년대를 풍미한 추리문학계의 대부이자, 1990년대 방영된 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등단한 그는 1986년 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하고 한국추리작가협회의 회장으로 활동했다. 1988년에 국내 최초의 추리문학 전문지 계간 『추리문학』(김성종 발행)을 창간해 순수 리얼리즘 문학에만 집착하는 한국 문학계에 자유와 개성을 불어넣고자 했다. 그는 창간사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거의 모든 작가들이 도덕적으로 너무 단단히 무장되어왔고, 그렇게 무장된 것처럼 휩쓸려왔던 것이다. 가장 개성적이고 자유로워야 할 작가들이 그것을 스스로 포기하고, 그것을 포기했음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한쪽으로 휩쓸린다는 것은 지극히 우려할 일이고 슬픈 일이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펜을 녹슬게 하고 자기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 『추리문학』의 발간은 새로운 주장도 새로운 외침도 아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문학의 하나를 정립시키려는 의지의 조그마한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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