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지혜의 땅,
팀북투가 들려주는 이야기

글: 피터 이사비(Peter Ysabie), 박소정
사진: courtesy of The Aga Khan Award for Architecture & BOZAR

우리는 낯선 것을 마주할 때 잔뜩 몸을 움츠리게 된다. 자신과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것이다. 낯선 것으로부터 개인의 취향과 경험, 소속 등과 연관된 공통점을 찾는 순간 경계의 수위는 낮아지고, 무관심은 관심으로 진로를 변경하기도 한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팀북투는 그 도시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팀북투의 테러 소식이 전해졌지만,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우리네가 살아온 그 모질었던 역사의 부분과 퍽 닮아 있어 동질감마저 들게 된다. 사하라 사막과 니제르 강 중간에 위치한 무역의 중심지로 크게 번성했던 팀북투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몇 십 년 전까지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았으며 오늘날까지도 갈등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팀북투인들이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한 수백년에 걸쳐 내려온 엄청난 양의 신비로운 문서가 존재한다. 지혜와 신의 복음의 땅이라 불리던 팀북투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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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혜의 땅, 팀북투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연히 약탈과 문화유산의 파괴에 둔감하다. 많은 이들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바미얀 석불상이 탈레반에 의해 폭파된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순간의 기억일 뿐, 오늘날에도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종교와 정치적 갈등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날마다 손실되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 팀북투 또한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의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의 엘도라도’라고 불려온 팀북투는 서아프리카의 말리에 위치한 도시다. 사하라 사막과 니제르 강의 교차점에 위치하여 15~16세기 금과 소금이 오가는 상업 무역의 중심지이자 이슬람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 크게 번성하였다.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팀북투로 가라’는 옛말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정도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가득한 이곳은 지난 2012년 3월 지하디스트(Jihadist)의 폭격을 받았다. 그들은 급진적 이슬람주의를 강요하며 영묘를 파괴하고, 고문서를 불태워 버리는 등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슬람을 대표한다고 하며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문화유산을 위험에 빠트리는 지하디스트의 행동은 무척이나 모순적이다. 결국 말리 정부와 국제 사회는 팀북투의 문화유산이 직면한 위기 상황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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