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조금 느리게, 그리고 아름답게, 저자 오은정

에디터: 유대란,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드로잉 열풍을 일으켰던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의 저자 오은정의 더욱 특별한 드로잉 책이 나왔다.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에는 동물의 내면이 담긴 드로잉을 하는 방법과 일상 속에서 동물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시간이 좀 들더라도,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따뜻한 추억을 남기고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직이 알려준다. 만나본 저자는 ‘온정’이라는 필명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Chaeg: 저자이기 전에 순수미술작가시잖아요. 드로잉 책을 내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순수미술시장은 컬렉터들을 위한 시장이죠.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그래서 어느 순간 자괴감이 들었어요. 왜 내 그림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보여지는 걸까, 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힘든 걸까. 더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제가 작가가 된 것이 컬렉터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책을 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어요. 책을 세 권 내면서 6년이 흘렀어요.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제 분야에서 책을 낸다는 건 욕먹는 일이었어요. 작업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상업적인 걸 한다고 비난받을 일이었죠. 그래서 출판사를 고르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첫 책을 준비할 무렵에는 예술실용서가 거의 없었어요. 또 드로잉 책이라는 게 새로운 시도라 걱정도 됐지만, 세상에 없었던, 필요한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행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그 분이 일단 쓰고 싶은 대로 써보라고 하셨어요. ‘드로잉’은 전공자용 용어 같으니 ‘스케치’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고민도 했지만 요즘은 일반인들이 자격증을 취득해서 와인감별사도 되고 요가강사도 하잖아요. 그림이라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서 드로잉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끌어들였는데 잘된 거죠.

Chaeg: 드로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가가 완성작을 만들기 전에 연습을 하잖아요. 그게 드로잉이에요. 선뜻 보여주기 힘든 초라한 낙서들. 명작은 많은 습작들이 있은 후에 나와요. 또 어떤 명작은 작가가 습작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가 작품으로 승화가 된 경우도 있어요. 글로 치자면 메모 같은 것이죠. 작가를 작가이게 하는 건 이런 작은 습관적인 행위와 세상을 보는 조금 다른 눈이 아닐까요. 드로잉은 이런 측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렇듯 사소해 보이는 걸 따라 하다 보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어요. 습관적으로, 부담을 덜어낸 상태에서 그리다 보면 자신의 시선, 자세, 마인드, 선택과 방식이 묻어 나와요. 그림은 사진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들지만 그만큼 시간의 연속성이 담겨요. 드로잉이란 것은 느리게 살자는 저의 설득이에요. 놓치는 것들을 보자, 하루에 열 가지를 할 시간에 한 가지만 해보자, 한 가지를 유심히 관찰해보자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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