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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광기 ‘N’

글: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이윤성, 사진: © Intifilms

레몽 보르만(Raymond Borremans), 그는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것이 수록된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친 프랑스인이다. 그는 그 백과사전이 이 세계에 영원히 인식되기를 꿈꾸었다. 그러나 알파벳 N까지의 작업을 수행한 채 생을 마감했다. 레몽 보르만의 남다른 집착으로 물든 모험적인 삶,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나이지리아의 소설가와 벨기에의 영화감독에 의해 이어지는 그의 영혼에 관한 이야기. 영화 속에서 우리는 보르만의 영혼과 함께 아프리카의 아름답고 풍요롭지만, 때로는 냉혹하게 찾아오는 비극과 현실 등을 마주하게 된다.

레몽 보르만의 삶
레몽 보르만은 1929년 고국인 프랑스를 떠나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유일했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자 상심에 빠진 그는 서구 문명과의 작별을 고하고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선천적인 말더듬이였다. 그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많은 놀림과 조롱을 당해야 했다. 그런 그가 말을 더듬지 않을 때는 오직 노래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식민지 정착민들을 상대로 1인 음악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인해 서아프리카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몇 년 후 그는 이동식 영화관을 설계했다. 움직이는 그림들을 내뿜는 이 영사기는 당시 아프리카에 처음 등장한 물건으로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최고의 마술 공연과도 같았다. 낡은 트럭 한 대에 발전기 한 대와 영사기 두 대를 싣고 그는 37년이라는 세월을 세네갈, 말리, 코트디부아르, 기니, 니제르, 차드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마을에서 마을을 옮겨 다니며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 상영 도중 필름이 엉키거나 타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면 그 부분을 끊고 필름을 이어붙여 다시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프리카인들에게는 화면 안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백과사전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오랜 여행을 통해 수집한 온갖 종류의 나비들과 아프리카 각 지역의 자료들을 모두 모아 26개의 알파벳 문자로 나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현대적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그를 통해, 그리고 그저 세상에 객관적인 방식으로 이름과 서술을 남기고자 했던 그의 기나긴 작업을 통해 계몽정신마저 느낄 수 있다. 보르만에게 그것은 그저 백과사전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기록들은 바로 그의 인생이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이야말로 그가 세상에서 겪은 독특한 삶의 방식과 경험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다.
1983년, 보르만은 코트디부아르의 해안가에 있는 그랑 바쌈(Grand Bassam)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이미 70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의 주머니에는 단 한 푼의 돈도 남지 않았다. 그때 아프리카의 마술을 찾아 떠나온 한 프랑스 점술사 여자가 찾아왔다. 그의 삶과 그가 하던 작업에 감탄한 그녀는 ‘에디시옹 아프리칸(Editions Africaines)’이라는 출판사 사장인 라부에(Mme. Labhouet)에게 그를 소개해줬다. 라부에는 그의 작업에 관심을 가졌고 지역의 도움으로 보르만 재단을 설립해 사막에 위치한 낡고 작은 집을 선사하고 생활비를 지원했다. 그곳에서 보르만은 낡은 타자기 한 대를 가지고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사망한 1989년, 그의 작업은 알파벳 N까지만 닿아 있었다. 라부에는 그가 작업한 N까지의 작업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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