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오빠’의 필참서
대중가요, 최신가요, 을지 피아노·키타 피스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기타는 여름 밤 청춘남녀가 둘러앉은 바닷가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던 ‘필수템’이었다. 무리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오빠’는 교회오빠든 기차에서 만나 조인한 패거리의 ‘짱’이든, 청춘 치정의 주인공이 됐다. 최신가요의 코드를 꿰고 있다가 흥겨운 곡을 적재적소에 띄우고 때로는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 같은 발라드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잡을 줄 아는 그런 오빠들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고 어른이 되면 통기타를 연주하는 멋진 선배와 엠티를 가고 운이 좋으면 연애도 할 수 있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2000년대는 통기타도, 통기타로 곡을 튕길 줄 아는 오빠도 이미 유물이 되어버린 시대였다. 대신 최신곡을 언제든지 다운받아 담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가 있었고, 어느 시점부터는 이 작은 기계 속이 무한한 우주처럼 광대해져서 어느 곡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메모리 용량을 탑재했다. 달 뜬 밤에 감미로운 곡을 연주해줄 오빠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애타게 찾아 헤매던 설렘도 이 즈음 멸종된 게 아니었을까.

유사한 시기에 『대중가요』 『최신가요』 같은 가요 선집들과 4쪽짜리 피아노·기타 피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삼호, 세광, 아름, 을지와 같은 음악출판사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던 이 선집들에는 최신 유행하는 가요와 팝의 악보가 수록되어 있었다. ‘키타오빠’들의 필참서였다. 이 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주 쓰이는 코드를 표지 안쪽에 목록 형태로 제공했다. 아름출판사에서 나온 『대중가요』는 ‘예비스타’ ‘화제의 인물’ ‘신인연구’ 등과 같은 분류에 아티스트 인터뷰와 디스코그래피를 실었다. 뒤쪽에는 ‘애독자 펜팔 코오너’와 펜팔신청서, 새로 출간된 기타 교본의 광고가 있었다. ‘펜팔 코오너’에는 펜벗을 기다리는 이들의 이름, 주소, 성별, 나이와 취미가 명시되어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제한된 글자 수에 자신을 표현할 단어를 취사하느라 상당히 고심했을 것이다. 1980년대 말의 『대중가요』를 보면 마포에 사는 17살의 이현웅 학생의 취미는 시 짓기,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28세의 최민석 씨의 취미는 하모니카 불기와 우표 모으기다. 방황, 공상, 별보기, 책갈피 모으기, 지점토, 편지쓰기, 수예, 연필스케치 같은 취미는 사색과 낭만과 통기타가 대세였을 당시에 대해 막연한 아련함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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