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 Culture 책 속 이야기 문화

소비되는, 그러나 소모되지 않는

에디터: 유대란 /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 『젖은잡지』 제공

이미정과 정두리를 취재하기 전까지 도발적이고 발칙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거니 했다. 작업에 성을 직접적이고 반복적인 모티프로 사용해 온 아티스트 이미정, 그리고 도색잡지를 창간한 정두리 편집장을 젊은 도발의 기수로 묘사할 요량이었다. 이는 얄팍해도 한참 얄팍한 생각이었다. 탈피는 탈피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또 다른 집착이듯, 이미 도발이라는 출발선을 진즉 이탈한 그들에게 도발은 과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이 관심을 갖는 건 자신들의 작업이 불러일으키는 반응에서 거기에 내재된 성에 대한 경계나 편견을 역으로 읽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이미지를 관찰하고 더불어 실험해 보는 것. 엄한 오해는 억울할지라도 지나친 긍정을 오히려 경계하는 이들은 아이러니가 요구되는 시대에 이마저도 체화한 신인류일까. 이러나 저러나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미정은 세 번의 개인전을 치렀고 정두리는 『젖은잡지』의 세 번째 호를 출간했다. 그러는 사이 이미정은 전시 기획자들이 탐내는 작가가 됐고, 발행하는 족족 품귀 현상을 빚는 『젖은잡지』는 독립출판계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이 시점에서 들어보는 그들의 이야기다.

불온하지 않은데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서, 아티스트 이미정

Chaeg. 초기의 ‘레드 콤플렉스(Red Complex)’ 시리즈 작품들은 ‘불온하지 않은데도 불온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추상적인 권위에 의해 죄악으로 여겨지는 이야기들’ ‘빨간 것’으로 묶어 말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이미정. 불온하지 않지만 불온하게 여겨지는 것들
은 성에 대한 것들이죠. 불온을 정의하는 방식이나 기준이 막연하고 작위적일 때가 있어요. 성은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서 적극적으로 팔리는 소비재가 되기도 하고, 돌팔매를 맞기도 하잖아요. 어린 여자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야한 춤을 추는 건 괜찮지만 어떤 사람은 과거 연애사 때문에 지탄을 받아요. 참 이상하죠? 사람들이 막연하게 더럽게 생각하고 음지로 두는 것들, 그런 것들을 수면 위로 올려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싶었어요. 그걸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달라요. 거기에는 작품을 만든 이미정보다 그들 자신이 더 드러나는 법이에요. ‘레드 콤플렉스’라는 단어는 원래 정치적 용어예요. 노동, 노조문제를 이야기하면 ‘너 빨갱이 아니냐’라고 하죠. 정치적으로 연결시키고 임의대로 ‘퉁 쳐서’ 판단해 버리고 딱지를 붙여 버리는데 성도 마찬가지예요. 성에 대해서 얘기하면 더럽고 밝히는 여자라고 낙인을 찍어요. 그런 면에서 ‘레드 콤플렉스’는 성에서도 적용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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