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생명연장(Life Prolongation)

에디터: 유대란, 박소정

2008년 보고된 인간의 평균수명은 약 67세, 산업국가들만 보면 80세에 달한다. 기원전 로마의 평균수명이 23세였고 1900년 산업국가의 국민이 40년 남짓 살았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의 수명은 지난 100여 년간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중 평균수명이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곳에서는 1년당 평균 3개월이라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환영할 만한 것임이 틀림없지만 애써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심장병, 암, 알츠하이머와 같은 노화와 밀접한 질병들의 증가세도 장수를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젊음을 오래, 또는 영구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긴 수명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많은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젊음의 샘’에 관한 설화에서 주인공은 영생과 젊음을 함께 누린다.
현재 생명연장기술의 목표는 인간의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과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기술 개발을 포괄하고 있다. 구글은 2013년 캘리코Calico, California Life Company를 설립하며 수명에 개입하는 생물학적 요소와 기능을 ‘역조작’해서 “사람들이 더 길고,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을 창안하는 것”을 사업의 미션이라고 발표했고, 앨리슨 의학재단Ellison Medical Foundation의 책임자 케빈 리는 수명연장 자체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오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인류는 영생을, 그것도 건강하고 젊은 상태에서 누릴 수 있게 될까. 그것이 생명연장기술의 결승점이라면 우리는 현재 어디쯤 와 있고, 언제쯤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곳에서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인간, 태초에 영원을 꿈꾸다
“삶을 준비하기 전에 죽음부터 준비해야 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남긴 말이다. 인간의 유한한 삶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철학, 문학,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의 뜨거운 주제였다. 만약 인간이 환경만 잘 갖추어져 수천 년 그 이상도 살아낼 수 있는 나무나 미생물과 같아진다면 우리 삶에는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 인간은 태초부터 영원불멸의 삶을 꿈꿔왔으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그 꿈을 위해 각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수명연장은 크게 노화를 억제하거나 역행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는 자연의 순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왜 늙어가는지 의문을 던지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복잡한 노화의 원리를 단순하게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숨을 쉬기에 생명을 유지하고, 숨을 쉬기에 노화한다. 산소라는 연료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이는 인간을 연소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어떤 기구가 시간이 지나 산화되어 녹슬 듯, 우리의 몸도 서서히 녹슬어가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보자. 우리의 바람대로 수명은 지속해서 증가해왔을까? 1900년대 인류의 기대수명은 45세였는데 2000년을 기준으로 75세로 약 30년이 늘어났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치이며 옛날이라고 해서 모두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니다. 참고로 시대의 평균수명은 영아와 유아 사망률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 평균수명이 낮다는 것은 장수하는 이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에 사람들이 감염에 취약하고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해 사망률이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 철학의 기초를 세운 소크라테스는 90세에 사형을 당했으며, 미켈란젤로는 89세 때 피에타를 조각해 완성했다. 조선 시대의 왕의 경우 가장 장수한 왕은 영조로 83세에 노환으로 떠났으며, 암살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조선 시대 왕의 평균수명이 60세를 넘는다. 최근 공식적인 최장수 기록을 남긴 이는 1875년에 태어나 1997년까지 122년 6개월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그녀는 85세 때 펜싱을 시작하고, 100세가 넘도록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며, 117세까지 애연가일 정도로 건강을 자랑하며 장수했다고 한다.
1900년대 이후 인류의 수명연장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있다면 단연 알렉산더 플레밍이다. 1880년대 파스퇴르가 전염병과 상처가 박테리아에 의한 감염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 이후, 1928년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균을 죽이는 항생제 ‘페니실린’을 최초로 발견했다. 상용화되는 데는 11년이란 세월이 걸렸지만, 페니실린은 항생제 개발의 시초가 되는 공을 인정받아 노벨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1900년대 초에 수많은 사람이 결핵, 폐렴, 장염 등과 같은 감염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했는데, 항생제가 이 같은 질병을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이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었다. 이후 상하수도 개발로 공중의 위생이 확보되고, 대량 농업이 이루어져 영양 상태가 크게 개선되는 등 삶의 질이 올라가며 자연스레 평균수명은 높아져 갔다. 물론 의학의 발전이 수명연장에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생활환경의 개선이 장수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현재 세계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바라보고 있으며 100세를 넘긴 노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멸에 대한 의학과 과학계의 노력은 오늘날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의학전문가 중에서는 다양한 기술로 노화를 막고 영생을 사는 것에 사활을 거는 이가 있는 반면, 더 오래 사는 대신 암, 관절염, 당뇨병 등에 시달리며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며 허망한 꿈을 좇는 대신 ‘건강하게’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누어져 팽팽한 의견대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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