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새로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서재 메르시의 헌책방
Used Book Café

에디터: 지은경 /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메르시 제공

프랑스의 유명 아동복 브랜드 봉푸앙(Bonpoint)의 대표인 베르나르와 마리 프랑스 코엔(Bernard & Marie-France Cohen) 부부가 만든 메르시(Merci)는 2009년에 설립된 콘셉트 스토어이다. 메르시가 있는 파리의 오트마레(마레지구의 북쪽)는 책 읽기 좋은 수로와 공원, 그리고 젊은 지식인들이 무리를 이루어 사는, 그래서 근대 파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메르시에서는 패션용품부터 생활에 필요한 재미있는 아이디어 디자인 상품이 시즌마다 다채롭게 소개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숍 안에 마련된 북카페에 있다. 오래된 산업가구들과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헌책 냄새와 맛있는 커피 향,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사이로 날아다니는 미세한 먼지들이 섞여 카페는 마치 벨에포크의 아늑하고도 희뿌연 공기로 채워지는 듯하다. 이 북카페에 꽂혀 있는 책들은 모두 헌책이며 판매용이다. 사람들이 읽던 책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마다가스카르의 미혼모들을 위해 쓰여진다. 책들은 예술서적부터 고전소설, 거장들의 에세이와 여행서적 등이 주를 이룬다. 아름다운 서재에 빼곡하게 꽂힌 책들의 표지 내부에는 기증자들의 서명이 친필로 기재되어 있는데, 유명 가수나 배우, 문인들의 이름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책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오랫동안 간직하던, 그래서 시간의 때가 꼬질꼬질 묻은 책이 여러 시간과 장소를 지나 내 손안으로 들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아마도 그것이 헌책방을 기웃거리게 하는 호기심이며 우연히 발견한 보물 같은 헌책을 손안에 넣었을 때의 한없는 기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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