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금과 화폐의 불편한 관계, 작가 장현도

에디터: 유대란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트레이더』로 잘 알려진 금융스릴러 작가 장현도의 신작 『골드스캔들』이 출간됐다. 최고의 명석함과 판단력, 그리고 무자비함을 갖춘 엘리트들이 활동하는 시카고의 금융시장, 그 한복판에 선 한서현, 지구 반대편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도박을 벌이는 캐서린과 이를 저지하려는 스탠필드, 그리고 아라비아의 망망대해에서 동료를 잃은 용병 메이슨. 『골드스캔들』은 이들이 거대 음모에 휘말리는 과정을 빌어 세계 경제를 흔드는 금과 화폐의 숙명적인 관계를 펼쳐 보인다. 이런 대단위의 ‘판’을 짤 수 있는 건 금융시장의 중심을 누볐던 장현도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Chaeg: 장르 특성상 금융용어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어렵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난이도를 조정하시는지요?
장현도: 그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전문가가 보면 유치하다고 느낄 정도로 평이한 수준으로 써도 그 부분은 많은 독자들이 그냥 넘어가요. ‘포지션’ ‘롱’ ‘숏’ 같이 단순한 개념도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쉽지 않아요. ‘매도’의 개념도 그래요. 어떻게 상품을 갖고 있지 않은데 매도를 할 수 있냐고 묻죠. 소설이라 주석을 달기도 애매하고 작품 내에서 일일이 설명하자니 호흡이 늘어지거든요. 그래서 독자가 이쪽 분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씁니다. 그렇다고 이런 내용을 전부 빼면 색깔이 희미해져요. 딜레마예요. 그런데 희망적인 건, 의학드라마도 의학용어를 알아서 보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Chaeg: 이야기의 갈등의 본질에는 금과 화폐의 관계, 그리고 금본위제를 둘러싼 이들의 이익관계가 있죠. 이 점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장현도: 금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자산이라는 통설이 있잖아요. 맞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담보가 있어야 돈을 발행하는 거잖아요. 실제로 종이 화폐가 생긴 것도 담보를 받고 그 보관증서를 발행하게 된 데서 시작된 거고요. 그런데 은행가들이 관찰해보니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담보를 맡기고 찾아가질 않은 거죠. 그래서 담보를 안 받고 종이 화폐를 빌려줘도 상관없겠다고 판단한 거예요. 결과적으로 화폐가 늘고 엄청난 양이 돌기 시작했어요. 쉽게 이야기해서 ‘금 10개=화폐 10개’라는 공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금 10개=화폐 1억 개’ 정도로 화폐의 양이 늘어난 상태에요. 그래서 어느 날 달러를 쓰거나 보유하던 국가들이 달러는 이제 믿을 수 없으니 해당하는 실물, 즉 금으로 바꿔달라고 했을 때, 그 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던 거죠. 미국이란 나라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이 화폐의 근원, 담보가 되는 금을 사라지게 하고 달러를 새로운 ‘금’으로 만들면 달러발행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안심하게 되는 거죠. 제 소설이 다루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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