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고백을 위한 동화, 시인 김경주

에디터: 유대란, 사진 제공: 김종우

어른을 위한 모노동화 시리즈를 출간한 시인 김경주는 인터뷰 내내 정신없이 시를 쏟아내듯 이야기했다. 동화책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새 연대에 관한 이야기가 되고, 연대에 관한 바람은 고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종국엔 시와 삶과 죽음에 대한 것으로. 그것은 동화 『나무 위의 고래』 속 비밀이 펼쳐지는 모습이며, 시인이라는 것이 업이기 전에, 그것을 어떤 상태의 것으로 유지하며 삶을 상투성으로부터 지키려는 그의 싸움이기도 하다.

Chaeg:어른을 위한 동화를 기획하신 의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느슨한 형태의 연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혼자 살려고 해도 결국 이어져 있잖아요. 요즘은 연을 많이 안 날리지만, 저는 어릴적에 연날리기를 많이 했어요. 아버지께서 연 만드는 방법, 실을 가르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연날리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 실을 풀어주고 연을 막 쫓지만, 연을 풀어줄수록 연은 점점 보이지 않아요. 실도 안 보여요. 그런데 이 연과 내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은 남아 있죠. 그것이 하늘을 이해하고 바람을 이해하는 방식이에요. 그런 형태의 연대, 느낌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어요. 동화적인 성격의 책을 만든 것은, 그러니까 왜 어른을 위한 동화냐고 한다면, 어른도 아직 아이인 거죠. 연결되어 있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 동화 자체를 놓고 생각했을 때,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해 쓰이는 건 아닙니다. 동화의 중요한 성격 중에 비밀이라는 게 있어요. 어린 시절에 우리가 동화를 보면서 스르르 잠들 수 있었던 건, 거기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에요. 비밀이 없는 동화책은 볼 이유가 없어요. 우리는 주인공이 언제 어떻게 사라져도 놀라지 않았어요. 우리는 모험을 떠나야 하니까. 모든 동화가 매혹적인 건 거기에 비밀이 있어서예요. 여기서 비밀이란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란 말이죠. 그게 바로 상징이에요. 동화는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Chaeg: 철학적 우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름답고, 어떤 부분들에서 마음이 괴로워지고, 또 뭉클한. 서문에 “모든 것을 잃은 어른들은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쓰셨어요.”
모든 폐허에서도 제일 먼저 웃는 건 아이들이죠. 쓰나미가 지나간 뒤의 재해복구 현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정박해 있던 최고급 요트들이 파도에 쓸려와서 나무 꼭대기에 박혀 있는 거예요. 거기가 아이들에겐 최고의 아지트가 됐어요. 마을 사람들은 진흙 속에서 가재도구 하나라도 건질까 하고 있고, 어른들의 얼굴은 지옥인데 아이들은 그 요트에 들어가서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해맑게 웃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저렇게 웃을 수 있으므로 삶이 의미가 있다는 걸, 가장 먼저 웃는 건 아이들이라는 걸 알았죠. 그런데 아직 우리의 아이들은 잠겨 있잖아요. 세월호 사건 후, 일 년 동안 작업을 거의 못했는데, 고민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방식은 뭘까 생각했어요. 가와사키 증후군이라는 게 있어요. 일본에서 나온 신드롬이에요. 4세에서 5세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막 발달하면서 어른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아빠, 나는 커서 왜 자두가 못 돼? 난 어제까지는 거북이었는데, 십 년 후에는 코끼리가 될래.’ 아이들이 그런 말을 던졌을 때 인과를 적용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원인으로 결과를 도출하고, 결과로 원인을 찾아보려는 건 호기심을 뭉개버리는 일이죠. 아이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다 있어요. 그 이유를 거세해버렸을 때 아이들은 말을 아껴버려요. 그러면서 실어증에 빠지거나 지독한 조숙증에 빠져요. 그걸 가와사키 증후군이라고 해요. 일종의 조로증이죠. 동화 속 아이의 캐릭터를 빚어내면서 그런 걸 생각했어요. 이야기 속 어른들은 어리숙하고, 아이는 순수한 듯하면서 어른들보다 삶의 이면을 아주 쉽게 받아들여요. 죽음이 찾아온다는 건, 보통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동화에선 저승사자가 길을 잃어서, 죽은 자가 저승사자를 업고 길을 안내해야 해요. 이게 어려운 알고리듬이잖아요. 그런데 이 아이는 그걸 아주 쉽게 받아들여요.

Chaeg: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긴 하지만, 동화책에 쉽게 등장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죠.
인간은 상실을 학습해가는 존재거든요. 그것이 두렵고 불안할 때, 종교를 갖기도 해요. 그걸 계속 견뎌가고 이별을 계속해나가는 건데, 궁극에는 죽음이라는 상실을 이해해가는 과정이에요. 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을 줘요. 어릴 때는 내게 있지 않던 것이, 이별을 계속 학습하면서 다가오죠. 동화의 주인공도, 어린 왕자도 그런 외로움을 느껴요. 그래서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해요. 삶에 죽음이 스며 있고, 죽음에 삶이 스며 있다는 걸 직시할. 우리 사회는 그것을 언급하는 것이 경로의 이탈로 받아들여지고,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지만, 그것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중요한 문학적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를 통해서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계속 던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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