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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왜 좋아

에디터: 유대란

가까운 시일 우리가 좀비 바이러스에 걸려 어미, 아비도 못 알아보고 서로에게 뜯어 먹히는 사태가 오지 않는다면, 한 50년 후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누군가는 이번 세기 초 좀비 열풍을 흥미롭게 바라보지 않을까. 2002년 ‘새벽의 저주’로 시작된 좀비 열풍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 가지 유행이 몇 달 이상 진득하고 일관되게 소비되는 유례를 좀처럼 찾기 어려운 21세기에 이례적인 일이다. 좀비는 21세기 초 대중문화의 초특급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좀비에게 열광할까?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두뇌가 섹시한 악역도 아니고, 다스 베이더 같은 사연 많고 포스 넘치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데다 떼를 지어 움직이는 이들에겐 개체별 자의식조차 없다. (물론, ‘워킹데드’와 ‘익스팅션’에서는 좀비도 진화한다.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도구도 사용한다.) 이런 ‘미개한’ 생물(?)에게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끌릴까.
2010년 10월, 미국의 케이블 채널 AMC에서 ‘워킹데드’의 첫 에피소드를 방영했을 때만 해도, 제작자들은 이 시리즈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워킹데드’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시즌 개막 한 달 만에 폭스 인터내셔널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다. ‘워킹데드’는 시즌을 이어가며 천문학적인 시청자 인구를 끌어들였다. 시즌 4를 여는 에피소드는 1,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봤고, 이후 시즌들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결국 시즌 6은 케이블 시리즈 중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블록버스터급 시리즈는 올해 10월에 시즌 7이 방영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싹트기 시작한 좀비물의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져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건 제작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좀비의 인기는 그것이 좀 사그라들었나 싶을 때마다 좀비처럼 우뚝 살아 돌아왔다. 어떤 현상이나 인물이 인기를 독점할 때 거기엔 자연스레 설명이 요구된다. 이에 문화인류학자, 언론인, 심리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 언론인들이 여러 가설을 내놓았다.
문화학자들은 좀비가 우리의 무의식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터부에 대한 욕망을 해소해준다고 말한다. 이들은 삶과 죽음, 의지와 본능 간의 경계를 혼탁하게 하고 식인과 무덤 도굴이라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죄악시해온 일탈을 일삼는다. 좀비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지만 어쩐지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좀비가 되고 되지 않고는 이들의 선택이 아니며, 원치 않게 좀비가 되고 나서도 자신의 정신과 육체는 온전한 자기 것이 아니다. 유신론이든 무신론이든, 죽음을 완전한 무의 상태 혹은 안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인식하든, 천국, 지옥, 연옥이든 죽은 자가 생전의 믿음이나 죄질에 따라 합당한 곳으로 배치되는 완결된 상태라는 인식을 파괴한다. 이것이 좀비가, 아니 좀비가 된다는 것의 두려운 지점이다. 좀비 영화의 고전이 된 조지 로메로 감독의 1968년 작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속 좀비는 무덤을 파헤치고 다닌다. 좀비들 자신이 안식을 찾지 못한 채로 떠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안장된 이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이들의 안식도 방해를 받는다.
좀비가 우리가 사회적으로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한 비유라는 해석도 있다. 공산주의, 에이즈, 테러리즘, 소비주의 등. 이런 입지에서 1985년 만들어진 ‘바탈리언The Return of the Living Dead’은 당시 쾌락주의적인 미국인의 삶에 대한 풍자이며, ‘28일 후’(2002)는 질병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 ‘월드 워 Z’(2013)는 환경 재앙에 대한 비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직면한 공포를 모두 해결할 순 없지만, 좀비물에서 그렇듯 그것을 ‘총으로 쏴서 없애’거나, 지금 당장은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일시적이나마 통제가 가능한 현재의 긍정이라는 것이다.

* 조성훈, Zombie Wave, 42 x 80cm, 삼베에 유채, 2016
Photo © danhollisterduck via Foter.com / CC BY
** 신창용 Untitled 6, 90.9 x 72.7cm, Acrylic on canva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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