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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명 저장소, 스발바르 세계 씨앗저장소
Svalbard Global Seed Vault

에디터: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인류의 가장 큰 발명은 단연코 농사다. 농사를 통해 인간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고 농사로 얻은 잉여생산물 덕분에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다. 또 유목민으로 떠돌던 삶이 정착을 시작했고, 이후 인류 앞에는 찬란한 문명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사는 현재의 인류는 놀라운 과학기술로 날마다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한 디지털 사회라 할지라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원초적일 수밖에 없고, 그 기본이 충족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최첨단의 과학기술로 가장 원초적인 것을 지키는 공간인 씨앗저장소는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장소다. 씨앗은 우리의 생명이고 재산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스발바르는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의 군도로 노르웨이 대륙과 북극의 사이, 유럽 본토의 북쪽에 자리해 있다. 군도는 북위 74도와 81도, 경도 10도와 35도 사이에 뻗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섬은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이다. 여기, 북쪽으로 1,300km, 북극권을 넘어 깊고 깊은 영구동토층 속에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는, 2008년 2월 노르웨이 정부에서 세운 씨앗저장소가 있다. 춥고 건조한 바위 저장소 속에서 안전하게 장기 저장하기 위해 전 세계의 씨앗을 담은 상자들이 이곳 스발바르로 보내진다.
씨앗저장소는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씨앗을 연구하는 평범한 유전자은행이 아니다. 세계에는 이미 다양한 씨앗은행과 종자수집센터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주로 농업의 주요 기능을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발바르 씨앗저장소는 종자가 멸종하거나 손실되었을 때를 대비하고 식물 품종을 재탄생시키기 위한 안전한 창고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념 뒤에는 전쟁과 공해로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인류의 미래에 대비해 인간 생명에 가장 기본적이고도 절대적인 씨앗을 영원토록 보존하자는 명시적 약속이 숨어 있다.
스발바르는 9.9×27m의 동일한 크기로 이루어진 3개의 국제 종자 동굴로 구성되어 있다. 씨앗들은 봉투에 포장되고 상자 안에 봉인되어 높은 선반 위에 차곡차곡 배치되어 있다. 저장소는 콩이나 밀, 쌀 등 인간 생존에 필요한 수천 종 이상의 작물 품종과 4,000종 이상의 식물 종의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표본들은 전 세계 국제 유전자은행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종자은행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세워졌고 운영자금을 지원받으며 농업식품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씨앗저장소는 안전하게 보존되어야 하는 희귀한 종자들을 위해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은행의 안전 금고와 같은 역할이다. 은행은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예금자는 자신의 자산을 담은 상자를 이곳에 보관한다. 즉 저장소 안에 들어 있는 씨앗 표본들은 유전자은행의 자산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다. 유전자은행들은 국제 규정에 따라 농민들과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스발바르 저장소에 씨앗을 저장하면 노르웨이 정부가 보관료를 지급하여 최종 사용자들은 무료로 씨앗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되는데, 이를 위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과 같은 전 세계의 인류를 위해 일하는 단체나 여러 나라의 정부로부터 자금이 조달되고 있다.
저장소는 사암 120m 아래에 있으며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씨앗들은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특수한 네 겹의 패킷 안에 가열 밀봉되어 있다. 스피츠베르겐은 지각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안정된 땅으로 영구동토층까지 한몫을 더해 저장창고로는 매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이다. 해발 130m 높이의 이 지역은 또한 만년설이 녹을 경우에도 사이트를 건조하게 유지한다. 지역에서 채굴된 석탄은 씨앗을 냉각 냉동시킬 수 있는 국제적 권장 온도인 영하 18℃를 유지하기 위해 연료로 사용되며 시설 장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변의 사암 기반암은 내부 온도가 영하 3℃까지 상승하는 데 몇 주 정도의 시간을 벌어준다. 또한 건설 이전 행해진 치밀한 조사와 연구 결과 저장소는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수백 년 동안 대부분의 주요 식량 작물 씨앗들을 거뜬히 보존할 수 있다고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 중요한 곡물 중 일부는 수천 년이 훨씬 지난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Photo © Mari Tefre/Svalbard Globale frøhvelv
Photo © Matthias He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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